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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 교육, 그냥 재미로!
2016-10-27


코딩 교육, 그냥 재미로!


최근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8년 부터 순차적으로 초중고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되고, 이를 위해 교과서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발빠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진작 부터 코딩 학원이 생겨났고, 강남을 중심으로 고액 과외도 성행하고 있다. 수년 내에 수능 필수 과목이 될거라는 얘기도 들린다. 코딩 역시 수학이나 영어 처럼 머리를 싸메고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물론 코딩 교육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절대 공감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점점 더 SW가 먹어치우는 세상으로 발전할 것이고, SW 세상을 구성하는 언어가 바로 코드이기 때문이다. 그 코드를 사용해서 컴퓨터나 기계가 일을 하도록 프로그램 짜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수학이나 영어 이상으로 더 유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코딩을 통해 아이들이 컴퓨팅적 사고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아이들이 수학이나 영어 처럼 코딩을 배워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예스라고 못 하겠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서, 모든 아이들이 코딩을 경험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예스라고 할 수 있다. 코딩을 가볍게 경험해보고 흥미를 느낀다면 더 깊이 배우면 되는 것이다. 적성에도 맞는다면, 자신의 커리어로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 추진 중인 SW 교육 관련 정책은 몇가지 측면에서 상당히 우려가 된다.


첫째, 철학이 없다. 코딩 교육의 목적은 컴퓨팅적 사고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 논리적 사고, 창의력 등을 계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교육 방향은 당장 무언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아이들을 모두 앱 개발자로 길러내는게 교육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영국을 예로 들면서 속도를 더 내려고 하는데, 해당 국가들에서 STEM 교육의 토대가 얼마나 탄탄하게 준비되어 왔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다.


둘째, 교사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번개를 맞아서 교사들에게 코딩 능력이 생기는게 아니라면, 교사들도 충분한 연수와 시범 수업을 통해 훈련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의 과목 하나가 더 늘어나는 것이고, 중학교는 물리적으로 교사를 상당수 확충해야 한다. 더구나 수업 시수를 감안하면 전임 교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학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충분한 설명도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부친다는 생각을 갖는 교사들이 태반이다.


셋째, 시설이 없다. 믿기 힘들겠지만 컴퓨터실 조차 없는 학교가 의외로 많고, 있더라도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CRT 모니터와 MS의 독점(?) 공급 운영체재인 윈도xp가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피지컬 컴퓨팅 교육을 위한 키트나 교구 까지 감안한다면, 과연 예산 측면에서 준비가 되었는지 걱정스럽다. 시설의 차이는 교육 품질의 높낮이를 만들어내고, 이는 결국 학교별 또는 지역별 SW 교육 격차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SW 교육에 대한 정부의 준비는 빈약한데, 의욕만 과다한 형국이다. 물론 정부의 교육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코딩 교육은 조금 다르게 접근했으면 좋겠다. Coursework이 아닌, Workshop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초등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코딩을 흙장난이나 소꿉장난 처럼 시작했으면 좋겠다. 꼭 책이나 모니터 화면으로 접할 필요는 없다. 웹이나 앱을 완성하는 것 보다, 컴퓨팅적 사고를 체험하고 계발하는게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바람직한 코딩 입문 교육은 컴퓨터 없이 진행하는 언플러그드 수업이나 피지컬 컴퓨팅 키트를 활용한 만들기 워크샵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아이들이 더 고도화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간다고 해서, 모두 웹이나 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꽃을 사랑해서 플로리스트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주기 좋아해서 카운셀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어릴 때 경험한 코딩 워크샵이 적성에 맞아서 프로그래머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그 가능성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코딩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로봇과 알고리즘이 창궐(?)하는 미래 시대에는, 오히려 영성이나 창조성으로 무장한 직업군이 더 경쟁력을 갖기 쉽다. 옥스퍼드대학에서 몇년전 발표한 '고용의 미래 보고서'에서, 미래에 사라질 직업 중 가장 낮은 확률 1위와 2위로 레크레이션 치료 전문가와 사회복지사를 꼽았다. 미래 사회의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다 프로그래밍 분야로 진출하는게 아니라, 컴퓨팅적 사고에 대한 경험과 교육을 바탕으로 쉽게 프로그래밍될 수 없는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아마도 코딩 교육에 배정되는 시수 만큼 가장 먼저 체육, 미술, 역사 같은 과목의 수업이 줄어들 것 같다. 기술과 예술, 기술과 인문학이 만나야 하는데 기술과 테크가 만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먹어 치우는 세상인데, 자칫 그 소프트웨어가 아이들 까지 먹어치우는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코딩, 그냥 재미로 했으면 좋겠다.


- 송철환, 메이커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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